프랑스식 양지 쌀국수 (2024)



프랑스 파리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뜨끈한 양지 쌀국수라고 한다 나의 죽은 아빠는 프랑스에 간 적이 있다고 했다 간혹 그에 대한 사소한 사실이 불쑥 떠오른다 어떤날은 짙은 꿈의 연기 속에서 겨우 도망쳐나오면 문득 살아생전 내내 듣던 그의 목소리가 떠오르지 않는데 이런 일이 종종 있다 종종이 맞는 표현일까 이제는 이 횟수가 점점 증식하여 징그러운 모습으로 불어터지는 것만 같다 그의 뼛가루는 성남 외곽의 위치한 조금은 무시무시한 납골당에 안치되어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언제나 납골당이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 피로해 보이는 어른들과 죽음이라는 새카만 그림자는 전혀 모르는 아이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불교 신자가 많았나 예수의 피와 살을 뜯어 먹으며 소생하는 기독교인이 가장 많다고 어느 중동 나라 교과서에서 얼핏 읽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진실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지 내게 진심으로 중요한 사실은 아빠가 프랑스식 양지 쌀국수를 먹었는지에 관한 여부이다 이쯤되면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도통 무엇이 있나싶다 요새 다시금 먹토를 시작한 나는 이십사 년 전에 먹은 모든 음식을 펄펄 끓는 변기 물 앞에서 게워 냈다 이름만 들어도 속이 미식거리지 않니 부글 부글대며 타오르지 않니 납골당에서 내려오는 길 내가 먹은 건 덜 익은 제철 쭈꾸미 초무침 아직 덜 죽어 꾸물거리는 키조개 샤브샤브 비릿하고 미끈거리는 매생이 라면이었지 심란한 마음을 뒤로하고 2차로 갔던 호프집 사장님은 엄지손가락이 없으셨는데도 내 테이블에 놓인 눅눅한 먹태를 한 가닥씩 찢어주셨고 나는 짭짜름한 눈물방울이 뒤섞인 마요네즈에 먹태를 담뿍 찍어 먹었다 잠깐만 그래서 아빠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어느 누추한 골목길에서 파는 양지 쌀국수를 먹었다고 했나 내가 그에 대해서 알고있는 사실이 하나는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