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ew examples of my text works...
이인증 (2024)
간신히 화상은 면하는
섭씨 80도 언저리에 물을 스스로
흩뿌리고 있는 어느 이른 오후
내가 나를 만지는데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쉽게 생성된 거품으로
살갗을 쓸어봐도
피부가 피부로 감각되지 못하며
그 밑
옅고 투명한 뼈만 비칠뿐
칼날
까끌까끌한 샤워 타올을 집어서
표피를 다듬는 형식이 아닌
피붓결 다 상해서 일어나도록
검붉은
피가 고이도록 세게 문지르는데
그래봤자
이미 오래전 이탈한 내 영혼은
공중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태껏 두 발이
땅을 디디고 서있었다는
사실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때쯤
샤워장 안으로
다 큰 성인이 하루라는 시간 동안
먹고 소화해야 할 적정량의 식사가 서빙된다
그릇 위 아직 덜 익은 선지 덩어리는
매캐한 수증기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고
구역질 불러일으키는 비릿한 냄새만 풍기는데
희뿌연 공기를 유영하던 양은
결국 치덕치덕
쓰라린 내 살결에 떨어져
거머리처럼
꽉
달라붙는다
금세 어두컴컴해진 부스 속
무거운 자물쇠가 걸려있던 목젖과
결코 순탄하게 넘어가지 않는 음식물이
얽히고설켜
더 이상
아무것도
도무지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화장실 타일 사이사이
곰팡이가 피었고
축축하게 진득하게 젖어
끔찍한 형태로 남아있는
벌건 몸
그것이 내 몸이다.